솔직히 저는 일본 드라마를 챙겨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아라시라는 일본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던 터라, 멤버 중 한 명인 마츠모토 준이 나오는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접한 '19번째의 카르테'는 단순한 의료 드라마를 넘어서, 제가 촬영지까지 직접 찾아가고 싶게 만든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 만화 〈19번째 카르테 토쿠시게 아키라의 문진〉을 원작으로 하며, 종합진료과(General Medicine)라는 특수한 진료과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시즈오카현립 시즈오카 암센터 - 토쿠시게 아키라의 근무지
드라마 속 우오토 종합병원은 실제로 静岡県立静岡がんセンター(시즈오카현립 시즈오카 암센터)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곳은 静岡県駿東郡長泉町下長窪에 위치한 전문 의료기관입니다. 드라마에서 토쿠시게 아키라가 근무하는 종합진료과가 새롭게 신설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종합진료과란 특정 장기나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진료과를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이 드라마의 종합진료과 설정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접근을 보여줍니다. 하우스가 희귀 질환의 감별진단(Differential Diagnosis)에 집중했다면, 19번째의 카르테는 문진(Medical Interview)과 생활 반경 조사를 통해 환자의 삶 전체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감별진단이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여러 질환 중 실제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말하는데, 단순히 질병명을 찾는 것을 넘어 환자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병원 건물의 외관과 내부 복도, 진료실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되었으며, 실제 대형 종합병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반영한 덕분에 현장감이 살아있었습니다. 촬영지를 방문한다면 드라마 속 주인공이 환자들과 소통하던 그 공간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솔레이유 언덕 공원 - 영웅 쇼가 펼쳐진 가족의 공간
드라마 중반부에 오카자키 타쿠가 아버지와 함께 영웅 쇼를 보러 간 장면이 나옵니다. 이곳은 長井海の手公園ソレイユの丘(나가이 우미노테 공원 솔레이유 언덕)로, 神奈川県横須賀市長井4丁目에 위치한 대규모 체험형 공원입니다. 솔레이유는 프랑스어로 '태양'을 뜻하는데, 실제로 이 공원은 탁 트인 언덕 위에 자리해 햇살이 잘 드는 곳입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아, 여기 정말 일본 공원 같다"고 느낀 곳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넓은 잔디밭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드라마 속 따뜻한 가족애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더라고요. 촬영지 여행 일정을 짤 때 이곳을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단순히 촬영 장소를 보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이 주는 감성을 직접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아이들이 영웅 쇼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일본 지역 공원의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잘 담아냈습니다. 실제로 이 공원은 주말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촬영지 방문 시 주말에 맞춰 간다면 드라마 속 그 장면을 재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와카마츠초 환락가 - 좁은 골목길의 의료 접근성 실험
토쑤시게 아키라가 스승과 함께 걸었던 若松町歓楽街(와카마츠초 환락가)는 神奈川県横須賀市米が浜通2丁目에 위치한 구도심 상업지역입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이 좁은 골목길을 한 걸음씩 걸으며 구급차 진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의료 접근성(Medical Accessibility)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룹니다. 의료 접근성이란 환자가 응급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도로 폭, 병원과의 거리, 교통 상황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주인공들이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생활환경까지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좁은 골목길이 많은 구도심 지역은 구급차 접근이 어려워 응급 상황 대처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를 단순한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저도 촬영지를 방문하게 된다면 주인공들처럼 그 골목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습니다. 주인공들이 이곳에서 살았다면 근처 식당에서 밥도 먹고, 동료들과 회식도 했을 텐데, 그런 일상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촬영지 여행의 또 다른 재미일 것 같습니다. 와카마츠초 일대는 실제로 옛 미군 기지 주변에 형성된 상권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아키라가 환자들을 위해 소통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고 느꼈습니다. 이 드라마가 특이했던 점은, 주인공의 독백을 카메라 너머 시청자에게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에? 나한테 말하는 거야?"라고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는 그 독백에 절로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그건 독백이 아니라 대화였던 것 같습니다. 시청자가 아닌, 제가 드라마 속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고 싶은 마음도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