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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르텟 촬영지 (별장, 노래방, 교회)

by 주말사랑단 2026. 3. 7.

노래방에서 현악 4중주단이 만난다는 설정,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처음 '콰르텟'을 봤을 때 이 기묘한 조합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어색함을 오히려 스릴러 장르의 복선으로 활용하더군요. 2017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현악 4중주(String Quartet)라는 클래식 앙상블 형식을 차용해, 네 명의 연주자가 겨울 별장에서 합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여기서 현악 4중주란 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로 구성된 실내악 편성을 의미합니다. 저는 미츠시마 히카리와 타카하시 잇세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이 드라마를 선택했는데, 실제 촬영지를 찾아보니 드라마의 분위기가 왜 그렇게 독특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벳푸가의 별장, 도넛홀의 아지트

드라마 속 '도넛홀'이라는 현악 4중주단이 모여 사는 공간은 실제로 나가노현 기타사쿠군 가루이자와초 나가쿠라 지역에 위치한 별장입니다. 이곳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로케이션 선정 기법(Location Scouting)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로케이션 선정이란 작품의 분위기와 서사에 맞는 실제 장소를 찾아 촬영하는 제작 방식을 말합니다.

저는 이 별장 장면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나무 구조가 드러난 천장, 따뜻한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설경까지.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차가움을 이렇게 아늑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드라마 내에서 네 명의 캐릭터는 이곳에서 연습하고 식사하며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갑니다.

가루이자와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고급 휴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해발 약 1,000m에 위치해 여름에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스키 리조트로 유명합니다. 드라마 제작진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 때문만이 아니라, 고립된 공간이라는 서사적 필요성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폐쇄된 공간은 긴장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니까요.

노래방에서 시작된 우연, 그 배후의 필연

네 명의 낯선 연주자가 처음 만난 곳은 도쿄 미나토구 신바시 2가에 위치한 가라오케관 신바시 본점입니다. 일본에서 가라오케(カラオケ)는 단순한 노래방이 아니라 비즈니스 미팅, 친목 모임 등 다양한 사교 활동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여기서 가라오케란 반주만 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일본식 엔터테인먼트 문화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 설정이 정말 영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악 4중주라는 고급스러운 클래식 편성과 대중적인 노래방이라는 공간의 대비가 주는 아이러니 말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들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는 반전이 나중에 드러납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복선 배치 기법(Foreshadowing)이 이 장면부터 작동하고 있었던 거죠.

신바시 지역은 도쿄의 비즈니스 중심가 중 하나입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자주 찾는 곳이라 가라오케 업소가 밀집해 있죠. 드라마에서도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이 노래방을 찾았다가 우연히(?) 한 방에 모이게 됩니다. 노래방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비일상적 만남의 무대로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오가는 은밀한 대화

세부키 스즈메와 마키의 시어머니 권경자가 자주 만나는 장소는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초에 위치한 가루이자와 유니온 처치입니다. 이곳은 실제로 1918년에 설립된 역사적인 교회 건물로, 현재는 결혼식장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교회를 마치 폐허처럼 연출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교회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성을 드라마는 교묘하게 비틉니다. 원래 교회는 고백과 구원의 장소이지만, 여기서는 비밀과 거래가 오가는 음모의 공간으로 변질됩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새벽에 혼자 보다가 실제로 오싹했습니다. 텅 빈 교회 안에서 단둘이 앉아 대화하는 두 여성의 모습이 주는 긴장감이 상당했거든요.

스즈메는 마키의 과거를 캐내기 위해 시어머니를 은밀히 만납니다. 이 만남의 목적은 도넛홀 멤버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함입니다. 드라마는 이런 장면을 통해 밝고 따뜻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어두운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실제로 '콰르텟'은 일상 드라마처럼 시작해 점차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촬영지가 말해주는 드라마의 정체성

콰르텟의 촬영지들은 모두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늑한 별장은 고립된 함정이 되고, 대중적인 노래방은 계획된 만남의 무대가 되며, 신성한 교회는 비밀 거래의 장소가 됩니다. 이런 공간의 역설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인 '겉과 속의 불일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장소가 서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배웠습니다. 같은 대사라도 어떤 공간에서 발화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특히 겨울 가루이자와의 풍경은 드라마의 정서적 배경이 되어줍니다. 차갑지만 아름다운, 고립되어 있지만 친밀한, 그런 양가적 감정 말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겨울을 싫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냉기를 인간관계의 따뜻함으로 녹여내는 방식이 정말 탁월하거든요. 미츠시마 히카리와 타카하시 잇세이를 비롯한 네 배우의 앙상블 연기도 마치 실제 현악 4중주처럼 조화롭습니다. 밝은 화면 안에 숨겨진 어둠, 그 긴장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드라마의 촬영지들을 기억하며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XUKJAFn_u_c?si=qwPF8agNi1T4MW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