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일본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찾아다닐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화면으로만 보던 장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신기해서 무작정 떠났던 건데, 막상 가보니 드라마 속 장면들이 눈앞에서 재생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장난스런 키스'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리메이크될 만큼 인기 많은 작품인데, 원작 일본 드라마의 촬영지를 돌아보면서 왜 이 드라마가 그렇게 사랑받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학교 배경이 실은 대학교? 두남대 부속고등학교 촬영지
드라마에서는 고등학교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대학교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저도 처음엔 당연히 고등학교인 줄 알았습니다. 도쿄도 히노시 진메이 1가와 가미아키 1가에 위치한 실천여자단기대학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드라마 상에서는 성적으로 반을 나눈 고등학교, 즉 성적 기반 학급 편성 시스템(스트리밍, Streaming)을 운영하는 학교로 등장하는데요. 여기서 스트리밍이란 학생들의 성적이나 능력에 따라 반을 나누는 교육 방식을 의미합니다. 일본 교육 시스템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죠.
제가 직접 가보니 건물 외관이 정말 고등학교처럼 생겼더라고요. 붉은 벽돌 건물과 잔디밭, 그리고 드라마에서 코토코가 나오키에게 고백하던 그 장소까지. 실제로 서 있으니 "여기서 꼴찌반 여학생이 전교 1등 남학생한테 고백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학원물 특유의 풋풋한 장면들이 여기서 탄생했다는 게 새삼 신기했습니다.
촬영지 순례 명소(로케이션 투어리즘, Location Tourism)로도 유명한 곳이라, 저 말고도 드라마 팬들이 꽤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여기서 로케이션 투어리즘이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는 관광 형태를 말합니다. 일본 관광청 자료에 따르면 로케이션 투어리즘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학교 건물 앞에서 사진 찍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코토코와 나오키가 함께 걷던 복도 쪽은 정말 드라마 그대로였어요.
운석 맞은 집에서 짝사랑 남주 집으로, 이리에 저택 촬영지
말도 안 되게 운석이 떨어져서 집이 무너지는 설정, 처음엔 황당했는데 이게 드라마의 시작이죠. 도쿄도 에에시 고마이초 2가에 위치한 일반 단독주택(一軒家, 잇켄야)이 바로 이리에 나오키네 집 촬영지입니다. 일본에서는 단독주택을 '잇켄야'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잇켄야란 대지 위에 한 가구만 사는 독립된 주택을 의미합니다.
제가 이 집 앞에 섰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진짜 여기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였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코토코가 아버지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되는데, 그게 하필 짝사랑하던 나오키네 집이라는 설정이잖아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집에서 펼쳐지는 일상 장면들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주요 장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팔불출 엄마가 코토코를 챙겨주는 따뜻한 식사 장면
- 나오키와 코토코가 새벽까지 함께 공부하는 장면
- 무심한 듯 서로를 신경 쓰는 미묘한 핑크빛 순간들
저는 특히 거실에서 함께 밥 먹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가족도 아닌데 한 집에서 살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그려졌거든요. 실제 집을 보니 그 장면들이 왜 그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일본 주택 특유의 아늑한 구조 덕분이었던 거죠.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이런 단독주택은 일본 전체 주거 형태의 약 5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런 형태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죠.
허둥지둥 신부와 완벽 신랑의 결혼식장, 오미야 아트 그레이스 웨딩 샤토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기타구 우에타케초 1가에 위치한 오미야 아트 그레이스 웨딩 샤토는 드라마 후반부 결혼식 장면의 배경입니다. 웨딩 샤토(Wedding Chateau)라는 명칭답게, 여기서 샤토란 프랑스어로 성이나 저택을 의미하는 건축 양식을 말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유럽 고성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이 곳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교회와 야외 정원의 조화였습니다. 일본 결혼식장들은 대부분 교회 스타일과 야외 가든 파티 콘셉트를 함께 갖추고 있는데, 이 곳은 그 균형이 정말 완벽했어요. 고풍스러운 건축물인데도 전혀 무겁거나 답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에서 어린 나이의 주인공들이 결혼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말괄량이 여주인공과 완벽주의 천재 남주인공의 조합이 이 식장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분위기였거든요.
일본 웨딩 산업 협회 자료를 보면, 샤토 스타일 웨딩홀은 20~30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결혼식장 유형이라고 합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하는 커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뜻이죠.
정리하면, '장난스런 키스' 촬영지를 직접 방문하면서 왜 이 드라마가 한국과 중국에서까지 리메이크됐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심한 척하지만 여주인공의 모든 걸 다 알고 지켜보는 남주인공, 그걸 모르고 혼자 상처받는 여주인공. 이런 맛도리 조합은 역시 일본 원작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주인공의 얼굴 조합도 너무 좋아서 밥 먹으면서 보기에 딱 좋은 드라마예요. 연애 세포를 깨우고 싶다면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