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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내추럴 촬영지 여행 (UDI, 병원, 육교)

by 주말사랑단 2026. 2. 27.

좋아하는 드라마의 촬영지를 직접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매년 한 번씩 다시 보는 드라마 '언내추럴'의 촬영지 3곳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법의학자들이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이 의학 미스터리 드라마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사회 정의와 인간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에 흩어진 세 곳의 촬영지를 돌며 드라마 속 장면들을 떠올렸고,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UDI 연구소에서 느낀 일의 의미

도쿄도 키요세시 시모키요토 4초메에 위치한 UDI 연구소 촬영지에 도착했을 때, 솔직히 건물 외관만 봐서는 드라마 속 그 긴장감 넘치는 공간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미코토가 동료들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던 그 장소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여기서 법의학(Forensic Medicine)이란 의학적 지식을 활용해 범죄나 사고로 인한 사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학문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 미코토가 시신을 부검하며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모습은 단순한 직업 드라마를 넘어섰습니다

제가 이 장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좌절할 시간에 맛있는 걸 먹을래!"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이 말이 그저 가벼운 농담처럼 들렸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정말 힘든 순간을 겪고 나서야 이 대사의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좌절하고 우울해하기엔 제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깨달음이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다가왔거든요. 저도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UDI 연구소는 진실을 향한 집념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명방대학병원에서 목격한 용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가나자와구에 위치한 요코하마시립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은 명방대학병원으로 등장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촬영된 장면은 제게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평소 일을 물렁물렁하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던 야스오가 병원장 앞에서 큰 소리를 치며 UDI와 팀원들을 지키는 장면 말이죠.

당시 드라마 속 상황은 이랬습니다. 한 남성이 일본에 전염병을 가져왔다는 오해로 인해 그의 유족들이 악플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미코토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었습니다. 여기서 전염병(Infectious Disease)이란 병원체가 사람 간 접촉이나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는 질병으로, 사회적 낙인과 공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만약 팀원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야스오처럼 권력 앞에서 소리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병원 건물을 바라보며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정의로운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야스오의 행동 덕분에 억울함도 풀리고 미코토도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장면은, 조직 내에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시합의 꿀 케이크 직원들이 걸어온 다리

도쿄도 타마시 오치아이 2가에 위치한 이 다리는 제가 매번 드라마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장소입니다. 과로로 쓰러진 동료의 죽음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공장장과 모든 직원들이 사장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공장을 멈추고 거리로 나온 장면이 바로 여기서 촬영되었습니다.

여기서 과로사(Karoshi)란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심장마비나 뇌출혈 등으로 사망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일본에서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연간 과로사 인정 건수가 수백 건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입니다

실제로 이 다리를 건너면서 상상해봤습니다. 만약 제가 저 공장의 직원이라면, 공장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내 생계를 포기하면서까지 동료를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웠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그들은 각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그 연대의 힘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고 슬픈 순간이었습니다.

촬영지 순례가 준 교훈

세 곳의 촬영지를 돌며 깨달은 건, 좋아하는 작품의 장소를 직접 방문하는 게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선택한 옳은 길을 떠올리며, 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정의로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건 당연하지만, 정작 제가 그 상황에 놓였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거든요.

언내추럴은 단순한 미스터리 의학 드라마가 아닙니다. 법의학적 진실 규명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이며, 개인이 용기 있게 행동할 때 변화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촬영지를 방문하며 이 메시지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도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책이 있다면 촬영지를 한번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화면으로만 보던 장소를 직접 걸으며 작품 속 감정을 다시 느끼고, 그 안에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은 분명 특별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좌절할 시간에 맛있는 것을 먹고,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동료를 위해 연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tdqwA9SwDEA?si=CkEYG_wqc5phJ38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