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타카하시 잇세이 배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촬영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2015년 테레비 아사히에서 방송한 금요 나이트 드라마 <민왕>은 제100대 일본 총리인 무토 타이잔과 그의 아들 쇼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원작은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소설가 이케이도 준의 소설인데, 일반적으로 신변잡기 드라마는 억지스럽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개그 코드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유쾌했습니다.

무토가 저택은 미나토구의 가든 테라스
드라마 속 무토가의 집으로 등장하는 장소는 도쿄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 5초메에 위치한 구이시마루 저택 가든 테라스 히로오입니다. 로케이션 헌팅(Location Hunting)이란 촬영에 적합한 장소를 사전에 답사하고 선정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로케이션이란 단순히 '장소'가 아니라 촬영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적·시각적 조건을 갖춘 곳을 말합니다.
제가 직접 이곳을 찾았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드라마에서 보던 그 엄청난 다락방이었습니다. 드라마 내에서 등장인물들이 모여 회의를 하던 그 넓은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세트는 스튜디오에서 따로 제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드라마는 실제 저택의 구조를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미나토구는 도쿄 내에서도 고급 주택가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곳의 저택들은 전통적인 일본식 구조와 현대적인 건축 양식이 결합된 형태가 많습니다. 저는 처음 이 장소를 봤을 때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는데, 드라마 속 상류층의 삶이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총리관저는 코마자와대학 캠퍼스
드라마에서 무토 타이잔이 근무하는 총리관저로 등장하는 장소는 도쿄도 세타가야구 후카사와 6초메에 위치한 코마자와대학 후카사와 캠퍼스입니다. 캠퍼스 로케이션(Campus Location)이란 대학 캠퍼스를 영상 촬영 장소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 정부 청사나 관저는 보안과 촬영 제한 때문에 사용이 어려워서, 비슷한 분위기의 대학 건물을 대체 장소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외면만 무토 타이잔이지만 내면은 아들 쇼가 총리 업무를 하는 장면들이 이곳에서 많이 촬영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신분 교체 설정은 흔히 뻔한 전개로 흐르기 쉬운데, <민왕>은 정치적 상황과 가족 관계를 절묘하게 엮어내면서 재미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실제로 코마자와대학은 일본 내에서도 로케이션 협조가 활발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촬영 당시 이 캠퍼스는 드라마의 핵심 무대였고, 타이잔과 쇼가 각각의 시선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인의 고뇌와 청년의 순수함이 교차하는 장면들이 따뜻하면서도 속시원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무토 쇼의 카레집은 스미다구의 향신료 카페
무토 쇼가 본가를 나와 거주하던 곳으로 등장하는 공간은 도쿄 스미다구 후미카 1초메에 위치한 향신료 카페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곳은 쇼가 운영하는 카레 전문점이자 그의 일상이 펼쳐지는 주요 배경입니다. 영혼이 바뀌면서 쇼는 본가에 들어가 살게 되지만, 이 카레집 장면도 틈틈이 등장하며 드라마의 정서적 균형을 맞춰줍니다.
로케이션 스팟(Location Spot)이란 영상 작품에서 특정 캐릭터의 정체성과 연결된 공간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예쁜 장소가 아니라 등장인물의 성격과 서사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이곳을 방문했을 때 느낀 건, 본가의 웅장함과는 정반대로 아기자기하고 좁은 다락방을 가진 카레집이 쇼라는 인물의 소탈함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집은 화려하게 그려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드라마는 아버지와 아들의 극명한 대조를 공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부분이 <민왕>의 숨은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타이잔과 쇼는 정반대 성격을 가진 부자인데, 몸이 바뀌면서 서로의 삶과 공간을 경험하게 되는 구조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졌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허무맹랑한 흐름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억지스럽다기보다는 개그 코드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촬영지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드라마를 다시 보니, 공간 하나하나가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걸 느꼈습니다. 타카하시 잇세이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로케이션 선택 역시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드라마 팬이라면 도쿄 여행 시 이 세 곳을 코스로 엮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