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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온마스 촬영지 (강서구 보건소, 풍천탕, 88년 수사)

by 주말사랑단 2026. 3. 6.

요즘 드라마 보면서 "여기 어디지?" 하고 촬영지를 찾아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라이프온마스를 보다가 배경이 된 장소들이 너무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1988년과 2018년을 오가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이 복고 수사극은 단순히 시간여행 소재를 넘어서, 두 시대의 수사 방식과 사회상을 대비시키며 깊은 여운을 남기더군요. 특히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과 여성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88년 보건소의 검식 장면, 강서도시재생센터에서

드라마 속 보건소로 등장하는 강서도시재생열린지원센터(부산 강서구 공항로1309번길 83-22)는 88년도 수사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검식(檢屍)이란 의사가 시신을 육안으로 관찰하여 사망 원인을 판단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현대의 부검(剖檢)이 시신을 해부하여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과 달리, 88년도에는 보건소에서 의사가 외부 소견만으로 판단했다고 합니다.

정경호가 연기한 2018년 형사 한태주는 이 장면에서 엄청난 답답함을 느낍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같은 감정을 느꼈는데요. 2018년에는 지문 대조가 몇 분이면 끝나고, DNA 분석도 하루 이틀이면 결과가 나오는데, 88년도에는 모든 결과가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었던 겁니다. 범인 검거까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한태주가 느낀 절박함이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극명합니다. 1988년에는 혈액형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2018년에는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기술로 극미량의 DNA도 증폭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PCR이란 DNA의 특정 부위를 수백만 배로 복제하여 분석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현재는 땀 한 방울, 머리카락 한 올에서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하니, 30년의 시간 차이가 얼마나 큰 격차를 만들어냈는지 실감이 납니다.

촬영지로 활용된 강서도시재생센터는 실제로 80년대 건물의 느낌을 잘 살린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직접 방문했을 때, 드라마 속 그 긴박한 수사 분위기가 떠올라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풍천탕에서 느낀 형사들의 동료애

부산 금정구 수림로66번길 58에 위치한 풍천탕은 드라마에서 형사들이 함께 목욕을 하는 장면에 등장합니다. 이름부터 정겹지 않습니까? '풍천'이라는 이름에서 80년대 목욕탕의 향수가 묻어나더군요.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밤을 새우고, 위험한 상황을 함께 헤쳐나간 뒤 동료들과 목욕탕에 가는 장면은 단순히 씻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제 생각에 이건 그들만의 의식(儀式)이자 유대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긴장을 풀고,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을까요.

88년도 형사들의 조직 문화를 보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면이 강했지만, 동시에 끈끈한 동료애도 존재했습니다. 목욕탕 신은 그런 양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들을 보면서, 요즘 직장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끈끈함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풍천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장치였습니다. 저도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한동안 동네 목욕탕을 찾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드라마 속 형사들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미소 짓곤 했습니다.

타임슬립 너머 캐릭터의 성장을 본 드라마

솔직히 저는 타임슬립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간 개념이 복잡하게 얽히면 이해하기 힘들어서요. 그런데 라이프온마스는 달랐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되, 결국 사람 간의 관계와 성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정경호의 연기를 보면서 "이 배우가 이렇게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구나" 하고 새삼 놀랐습니다. 특히 고아성이 연기한 윤나영 형사와의 케미가 일품이었는데요. 고아성의 서울 사투리는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했고, 88년도 여성 형사로서 겪는 차별과 편견을 표현하는 방식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1988년과 2018년의 여성 인권 수준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88년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7%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52.9%로 증가했습니다. 숫자상으로는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회적 인식과 제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태주가 윤나영을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여성'이 아닌 '형사'로, 한 명의 동료로 대했습니다. 88년도 남성 형사들이 여성 형사를 하대하는 장면들 사이에서, 한태주의 태도는 뚜렷하게 대비되었죠. 이 부분이 저한테는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라이프온마스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였습니다.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며 드라마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저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이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부산 강서구와 금정구에 위치한 촬영지들을 한 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드라마 속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간 듯한 묘한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youtu.be/nBfKn188dmE?si=MI9vhgKlZ7gpYt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