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촬영지(영복여자고등학교,iM뱅크 제2본점영업부)

by 주말사랑단 2026. 3. 26.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화면 속 장면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 감각이 너무 강렬해서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나에게 그 드라마가 바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였다.

2019년에 방영된 이 드라마는 포털 사이트를 배경으로 IT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커리어와 삶, 그리고 사랑을 다룬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멈추지 못하고 정주행했고,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실제로 드라마 속 공간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촬영지(영복여자고등학교,iM뱅크 제2본점영업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촬영지(영복여자고등학교,iM뱅크 제2본점영업부)

 

배타미가 도망치던 그곳 — 영복여자고등학교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장안로7번길 49-1

드라마에서 배타미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상한 장소로 도망친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공간을 찾아간다는 설정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근무하는 그가 굳이 수원까지 내려와 인터넷 음영 지역을 찾아가는 장면은, 처음엔 좀 과하다 싶었는데 실제로 그 장소에 서보니 이해가 됐다.

영복여자고등학교 주변은 조용하고 낡은 골목길이 이어지는 동네다. 번화한 수원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드라마 속 배타미가 거기서 잠깐이나마 숨을 고르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장면에서 가장 크게 공감했다. 직장인이라면 알 것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을 회사에 있으면서 메일, 문자, 전화, 메신저로 끊임없이 연락이 오는 그 느낌을. 가족이랑도 이렇게 자주 연락하지 않는데, 업무로 얽힌 타 부서 사람과는 매일 수십 번 연락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사회초년생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제로 겪어보고 나서야 이게 진짜 직장 생활이구나 싶었다.

특히 전화 통화를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업무 전화가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한 박자 멈추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배타미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나에게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욕구였다.

그 골목 앞에 서서 잠깐 생각했다. 나한테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 아무도 연락할 수 없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물론 나는 땅끝마을로 떠날 수 없다. 결국 집 근처로 돌아와야 하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까. 하지만 잠깐이라도 그런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연대의 장면이 펼쳐진 곳 — iM뱅크 제2본점영업부

대구 북구 옥산로 111 대구은행 제2본점 1층

드라마에서 배타미는 청문회 사건 이후 유니콘에서 해고당하고, 경쟁사인 바로로 이직한다. 그 바로의 본사 건물로 등장하는 곳이 대구에 있는 이 건물이다. 서울이 아닌 대구 로케이션이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실제로 찾아가 보니 건물 외관의 분위기가 드라마 속 장면과 꽤 잘 맞아떨어졌다.

이 공간에서 드라마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펼쳐진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임시 대표의 출근을 차현이 몸으로 막아서는 장면. 처음에는 혼자 막아서던 차현 옆에, 배타미와 동료들이 하나둘 합류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실제로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눈물이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다. 왜냐하면 현실의 나는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냉소적인 직장인이다. 경쟁 업체로 이직할 능력도 없고, 대표가 자진 사퇴를 한다고 해도 솔직히 별 감흥이 없다. 나는 내 밥 벌어먹기도 바쁜데, 돈 많은 대표의 결정에 감정을 쓸 여유가 없다는 게 내 현실이다.

그런 내가 왜 그 장면에서 울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답을 찾은 것 같았다. 감동받는다는 건, 내가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틀린 건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혼자 막아서는 사람 곁에 함께 설 수 있는 사람.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지만, 그런 모습에 눈물이 나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그걸 포기하진 않은 것 같다. 아니면 적어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는 로맨스 드라마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러브라인이 있고, 꽤 설레는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단순한 로맨스물로 기억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중심은 일하는 여성들이다. 배타미, 차현, 오진심. 이 세 인물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일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것.

현실에서는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드물다. 처음 입사할 때는 목표도 있고 열정도 있지만, 1년, 2년 지나다 보면 그게 흐릿해진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건 맞는데, 이 일을 통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잘 모르게 된다. 어느 순간 그냥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

드라마 속 여성들은 오래 일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존중할 줄 안다. 고뇌도 하고, 실수도 하고, 상처도 받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서 더 잘하려고 한다. 그 모습이 부럽고 좋았다. 멋있는 여성이 나오는 드라마가 좋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 싶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됐다. 나는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생계 이외의 이유가 있는가. 솔직히 아직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질문을 다시 꺼내들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내게 충분히 의미 있었다.


드라마 촬영지를 다녀오는 일이 단순한 팬심에서 시작됐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다. 배타미가 도망쳤던 골목에서는 도망치고 싶은 내 마음을 들여다봤고, 연대의 장면이 펼쳐졌던 건물 앞에서는 냉소 뒤에 숨어 있던 내 바람을 마주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일과 삶 사이 어딘가에서 자주 지치는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를 한번 보길 권한다. 화면 속에서 분명 본인의 이야기를 찾게 될 것이다.